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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밤의 판타지 - 하편

이비자 0 966 0 0
한 여름밤의 판타지(2)







그의 설명은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종횡무진으로 이어진다. 나로서는 처음 듣는 말들이 많아 오히려 더욱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지금 나의 최대 관심사는 어찌해서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멜론덩어리로 변했으며, 그런 비참한 미래를 어떻게 하면 막거나 바꿀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화제를 그쪽으로 집중해야겠다.

"에덴이 포기할만큼 정신세계가 우수하며 다양했던 인간이 어떻게 갑자기 저렇게 미물로 퇴화해 버렸단 말입니까?"

말을 하면서 나는 더욱 답답하고 울화가 치밀어 언성이 높아졌다.

"이렇게 버릇 없이 굴꺼야? 아까부터 진화라고 말했는데 왜 자네는 자꾸 퇴화라고 엇박자를 놓나?"

"아니, 그 무한한 상상력과 진취성으로 발전을 추구해 왔던 인간이 다만 자지 보지로만 남게 된 것이 그럼 퇴화가 아니라 뭐란 말예요?"

"여전히 자네는 무식하구먼. 인간의 씹에 대한 집착도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빠른 진화의 하나란 말야. 지구에는 무성생식을 하는 생물도 더러 있지만 우리는 대부분을 암수의 교배에 의해 번식하도록 설계했지. 그것은 음양이나 천지, 한난, 강약 같이 대립되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자연의 이치와도 맞고 개체의 다양성을 촉진시켜주기도 하니까. 그래서 모든 생물은 본능적으로 생존 다음의 중요한 것이 종족번식이며 그것도 자신의 유전자를 뿌리는 것일세. 그런데 인간은 이 종족번식의 수단에서도 특별하고 유난스럽게 진화했지...... 어이, 무식한 인간! 이 말에는 동의하나?"

"글쎄요? 그것도 인간이 다른 생물보다 우월해서 아닐까요?"



"우월이니 저열이니 그런 개념적 평가를 우리는 하지 않네. 다만 현상을 비교하는거지. 포유동물중에도 인간처럼 교배에 열중하는 개체는 없네. 물론 발정난 암코양이는 하루에 20번 이상 교배를 하기도 하지.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번식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야. 일단 수태가 됐다는 것을 감지한 암코양이에게는 아무리 잘 생겼거나 힘이 센 숫고양이도 그 보지에 생식기를 꼽을 수 없지. 그런데 인간은 어떤가?"

그가 나를 빤히 바라보는데 마땅히 대응할 말이 없어 나는 가만히 있었다.

"인간은 지구에서 번식과 관계 없이 씹을 하는 유일한 생물일세. 다른 포유동물의 암컷은 발정기가 아니면 절대 수컷이 좆을 꼽을 수 없어. 그런데 인간의 암컷은 시도 때도 없이 보지를 벌리고, 수컷은 강간도 마다 않지. 그뿐인가? 발정도 하지 않는 어린 보지에 좆을 디밀기도 하고, 갱년기를 지나 난자를 만들지도 못하는 늙은 보지가 좆을 받아 들이고 ...... 콘돔이니 루프니 아예 정자와 난자가 도킹할 수도 없게 하면서 씹을 해대지 않나. 또 임신이 되었는데도 계속 씹을 해대는가 하면, 이미 수정된 태아를 없애고 다시 그 자리에 정자를 쏘아 대기도 하고, 더구나 수정과 아무런 관계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 입이나 똥구멍에도 정자를 뿌려대고 ...... 자네가 말하는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과 진취성은 이렇게 씹에서도 놀라운 발전과 다양성을 보이며 진화한 것일세."

나는 좀 창피한 기분도 들었다. 우리가 퇴폐니 변태니 하는 것도 시각을 바꾸면 역시 진화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섹스 자체만이 아니야.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인간의 속담처럼 인간의 모든 행위가 점점 더 섹스로 집중되게 됐지. 그전의 네안데르탈이나 크로마뇽 모델들에는 이런 문제가 없었어. 모계사회를 이루면서 그 시대의 씹은 쾌락이 아니라 다만 종족번식의 수단이었거든. 그런데 두되용량을 늘린 6000년전 새 모델은 남성중심사회를 이루면서 종족번식보다 씹 자체의 중요성이 더 커졌지. 이를테면 정복이다, 영토확장이다 하는 명목의 전쟁도 목적은 물욕과 성욕의 충족이야. 힘센자의 전리품이 항상 금품과 여자니까. 그런데 영토나 금품의 확보에 열중한 것도 결국 섹스로 통하는거지. 그 효용은 남보다 큰 권력, 좋은 음식, 좋은 차림등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인데, 그건 바로 또 좋은 여자나 많은 여자를 소유할 수 있는 효용과 이어지거든. 결국은 인간, 특히 남자의 대부분 행위나 성취욕에는 반드시 씹이라는 목표가 깃들어 있다네."

"그런 이론은 치치카토님도 옹졸하고 고정된 시각 때문인 것 같은데요. 우리 선조들 중에는 하늘의 별을 연구하거나 진리를 탐구하고, 섹스를 초월해서 남을 위해 희생도 하는 거룩한 분들도 많았단 말입니다."

"내가 그걸 언제 부정했나? 미래인간의 코파와 히토스 비율이 대충 84대 16이라고 했잖아. 그 16%가 바로 자네가 말하는 부류지."



"그럼 인간의 씹에 집착하게 된 것이 모계사회에서 남성중심으로 옮긴 사회구조 때문인가요?"

"그렇게만 볼 수는 없지. 여성도 남성 못지않게 그 빙면으로 빠르고 다양하게 진화해 왔거든. 다만 남성 중심이라 수동적이기는 하지만, 이동을 못하는 식물이 수정과 종자의 확산을 위해 꽃 안에 꿀을 담고 맛있는 열매를 생산하는 것처럼...... 공작은 수컷이 더 아름답지만 인간은 항상 암컷이 치장으로 교태를 부려 왔지. 더 좋은 수컷, 더 많은 수컷이 자기에게 좆을 박아주도록 하기 위해서 ...... 중국의 전족 풍습이나 일부 아프리카와 아랍지역의 공알 거세는 남성지배의 산물이라 할 수 있지만, 클세트나 하이힐은 여성의 자발적인 진화의 하날세. 콜세트 때문에 1천년 이상 여성들이 소화불량과 자궁 발육부진, 하이힐은 발을 기형으로 만들고 무좀 발생을 4배나 증가 시키지만 가는 허리나 롱다리가 벌.나비를 더 꼬이게 할 수 있는 꽃잎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 조선시대의 정사(政事)는 철저하게 남성 위주였지만, 궁중비사의 TV드라마를 보면 막후의 여성 역할이 얼마나 많은가? 그게 바로 제한된 환경에서나마 상감의 좆을 더 확보하려는 왕비나 후궁의 처절한 경쟁이라네. 암컷 포유동물의 상징인 젖통을 수유조차 포기하고 실리콘을 넣는 것도 번식보다는 씹을 추구하는 능동적 행동이지. 다윈도 인공선택이 자연선택보다 훨씬 변화를 촉진한다는 것을 증명했듯 이런 집착과 행동들로 섹스쪽으로는 남녀가 경쟁적으로 진화를 거듭해 나갔다네."



"하지만 인류가 꼭 씹만 집착해온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지금 내가 사는 세상도 온갖 예술과 오락등이 다양하게 펼쳐져 있는데 ......?"

"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하듯 시간이 지나면서 그 모든 것이 씹으로 모아졌다니까. 알타미라 동굴에 들소를 그린 원시인은 보수를 받지 않았네. 하지만 생전에 가난하게 살았더라도 반 고흐나 폴 고갱은 그것이 직업이었어. 다만 환전가치는 죽은 후에야 껑충 뛰었지만 ...... 활동사진은 픽션과 결합하면서 상업화에 성공했지. 당연히 남녀의 사랑이 가장 흔한 주제였는데 여기서 영화 장사꾼과 검열관이 얼마나 치열하게 싸워 왔는지 아나? 헐리웃에서도 키스는 50년 전, 수영복의 남녀는 45년 전, 젖꼭지는 법정소송까지 거치며 37년 전에야 겨우 스크린에 등장할 수 있었네. 그 와중에서도 스텝들은 에로티시즘이라는 포장으로 지하철 통풍구를 이용해 여자의 팬티를 보여주기도 하고, 얽힌 네다리만 보이는 침대를 들썩거리도록 해서 관객에게 주인공들의 씹질을 상상토록 했지.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 포르노 영화가 어느 수준까지 왔는지는 자네도 잘 알겠지. 창궐하는 포르노 산업은 자네가 지적한 예술과 오락뿐 아니라 지식산업의 하나인 출판과 첨단 디지털 기술과도 결합되어 항상 인간들에게 더 큰 자극을 제공하며 진화를 촉진시켜 왔단 말일세."



"말씀대로 나는 무식하고 치치카토님이 아무리 지식을 자랑해도 나는 그것을 인간이 멜론덩어리로 바뀌는 필연과정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누구나 포르노만 심취하지는 않아요. 스포츠에 열광하는 젊은이들도 많습니다."

"자꾸 나를 수다스럽게 하는구먼. 고대 올림픽을 순수한 아마추어리즘이라지만 승리자는 명예와 포상을 받았지. 더구나 알몸으로 달리고 창을 던지는 행위는 고객인 여성관객에게 좆의 크기나 능력의 품평을 받는 경매시장이나 다름 없었다네. 이런 풍조가 미디어와 광고의 발달로 더욱 상업적으로 발달한 것이 섹스로 집중되는 것을 촉진했지. 생각해보게. 양치기 목동들이 심심해서 시작했던 풀밭에서 공을 치는 놀이가 갤러리를 몰고 다니며 막대한 스폰서가 붙어 우승자는 자기 나라 최고권력자보다 더 많은 수입을 올린다는 것을 자네보다 50년 전의 인간이라면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나? 그런 변화로 자네 나라에도 박세리를 비롯한 다수의 신데렐라가 탄생하기고 했지만 ...... 또 남자들이 공놀이를 하는데 왜 치어리더라는 눈요기가 가랭이를 벌리고 엉덩이를 흔들어야 돼? 코카콜라병도 여자 몸매를 닮아야 잘 팔리고 청량음료도 '흔들어 주세요'라는 멘트가 히트하지 않나? 자네가 말하는 예술, 스포츠, 오락들도 모두 이렇게 상업적으로 발전하고 규모가 커지면서 섹스는 그 생산과 판매에서 항상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리를 굳혔고, 그 자체가 씹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수단으로 진화했단 말일세."



나는 여전히 이해가 잘 가지 않으면서도 반박할 말도 생각나지 않아 머뭇거렸다.

"더욱이 진화를 촉진한 것은 여성의 파워였네. 미국은 세계의 모든 국가를 이 시대 규범인 민주국가로 만들겠다고 호언하지만 자기네가 여성의 참정권을 인정한 것은 고작 85년 전일세. 수위스는 우리보다도 늦어 34년전이고 ...... 그런데 벌써 여성 대통령, 여성 총리의 등장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 여성진출이 늘어나며 그들은 씹에서도 남녀평등, 어떤 면에선 앞서서 진화했지. '레이디 퍼스트'라며 여성이 가장 존증받았다는 서양에서조차 52년전 '킨제이 리포트'의 여성편이 나오기 전까지는 상류층이나 어염집 여자는 올가즘의 표현은 물론, 자신이 느끼는 것조차 창녀과 다름없다고 생각해서 타부시 했었거든. 그런데 자네 시대에는 벌써 누가 내 성감대를 더 잘 자극해주나, 또 좆질을 잘하나를 비교하면서 능동적으로 선택하게 되었어. 한 울타리 속에 동식물이 나름대로 적당히 조화를 이루며 공존해오다가 갑자기 모두가 동물로 변해 버린 것처럼 기존 질서가 완전히 무너지는 새로운 카오스의 시대가 온것이지. 롤러 코스터가 급강하를 지나서 이제 중력조차 무시하고 트위스트를 추는 시점을 맞은거야."



아아! ...... 나는 혼자 신음하며 머리를 감쌌다. 내가 살고있는 시대의 자유와 평등, 온갖 풍요가 결국은 모든 인간이 멜론덩어리로 변하는 것을 촉진했단 말인가.

"결국 인간의 진화란 좋은 것만은 아니군요?"

"글쎄 ......? 그건 당사자들의 생각나름이겠지. 하여튼 악어나 상어는 공룡시대부터 생존해 왔으면서 거의 진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많은 종족이 멸종했어도 여전히 옛모습대로 살아가지. 하지만 자네가 몇백년 전에 태어나 조선시대의 노비나 갖바치로 산다면 그것을 더 좋다고 생각하겠나?"

"물론 아니죠. 하지만 에덴에서, 그러니까 황우석이라는 요원을 파견해서 줄기세포 조작을 안했으면 그래도 인간들이 좀 더 행복했을 것 아닙니까? 3천년이 아니라 3만년까지는 ......"

"행복이니 불행이니 그런 것을 무슨 기준으로 재나? 지금의 자네는 행복한가? 그리고 3천년 후의. 자네 말대로 저 멜론덩어리는 불행하대? ...... 자네가 사는 시대의 생물중에 가장 자살을 많이 하는 것이 바로 인간이야. 코끼리나 들쥐도 가끔 자살을 하지. 하지만 그것은 수명이 다 했다는 운명을 따르고, 식량이 모든 종족의 생존에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면서 종족 보존을 위해 희생하는 것일세. 인간처럼 자기가 불행하다고 생각하며 자살하는 동물은 없지. 더구나 인간은 자기 생명뿐 아니라 다른 생명을 너무 살륙하지 않나?"



"그거야 용불용설이나 적자생존 같은 이론과 마찬가지로 바로 약육강식의 현실이겠죠. 호랑이가 토끼를 잡아먹듯 인간도 다른 동물보다 힘이 세니까."

"자네는 정말 무식하고도 오만하군. 인간은 지구상에서 번식과 관계없이 씹을 하듯 배가 부른데도 사냥하는 유일한 동물이야. 나일강의 악어 두마리가 얼룩말 하나를 찢어 먹거나, 아마존의 아나콘다가 길 잃은 나무늘보새끼 하나를 삼키면 6개월동안은 휴식이야. 사자나 호랑이도 포식한 후에는 아무리 먹음직한 먹이가 있어도 침을 안흘려. 냉장고가 없어서도 그렇겠지만 나름대로의 질서고 겸양이지. 하지만 인간은 어떤가. 등잔기름과 향료 약간을 얻기 위해서 고래를, 지느러미로 스프를 끓인다고 상어를 통째로 죽이고, 3천6백회나 생선조각을 접착해서 만든 제비의 보금자리를 다만 한접시의 음식 때문에 거덜내지 않나? 그뿐인가.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코끼리와 호랑이를 몰살하고, 다만 박제로 걸어놓기 위해 사슴과 독수리에 총질을 해대고, 경작하는 농작물을 조금 갉아 먹었다고 초록점 나방뿐 아니라 모든 곤층을 무차별 살상하고 ...... 그런 것을 약육강식이라는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나?"

나는 바로 대답을 못했다. 오늘만 해도 쇠고기와 돼지고기, 먼 바다에서 잡아왔을 참치통조림도 내 식탁에 올라 왔는데 지금 내 방에는 모기향을 피워 놨다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진화의 촉진은 에덴에서 일종의 징벌의 의미도 있는 건가요?"

"글쎄, 어떤 면에서는 ......? 관리자의 관점에서 약간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정도였지, 에덴은 자네가 표현하는 식의 본격적인 징벌 같은 짓은 안해. 다 그저 자연현상에 맡기고 그동안 지구에서의 홍수나 지진이나 혹한도 단지 지구의 생리 때문이지. 오히려 인간은 자기들끼리 징벌하고 복수하고 때로는 이유도 없이 살륙해 왔지 않나? 9.11테러나 런던의 연쇄폭발도 바로 그런 살륙의 본능 아니겠어? ...... 그런 본능들이 씹을 추구하는 본능에 밀려 결국 퇴화해서 소멸되었다는 것이 오히려 인간들에게는 다행한 일 아닐까? 하여튼 코파와 히토스로 진화한 후에 인간들은 자살을 하거나 동족을 죽이는 일은 없으니까."

"그야 눈코도 손발도 모두 없애 버려서 그런 것 아닙니까? 아아! ...... 바로 그 눈코와 손발이 그토록 인류를 영광스럽고 존엄하게 만들어 온 도구이기도 한데 하루 아침에 그것을 다 박탈당하고 멜론덩어리가 되어 버리다니 ......"

나는 혼자 탄식을 늘어 놓으며 또 눈물을 흘렸다. 그와는 도대체 논쟁의 상대가 되지 못하니 패배감이 더욱 내 감정을 비참하게 했다.



"자네는 정말 하우불이로구먼. 인간들이 원하고 추구했던 진화라는데 왜 자네는 자꾸 그것을 부정적으로만 보나? 지금의 자네 같으면 어떤 선택을 하겠나?"

"물론 이 상태죠. 남들처럼 돈도 못벌고 출세도 못했지만 어찌 저런 멜론덩어리와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저것은 필연적인 진화과정이라니까. 물론 시간적으로는 자네에게 해당되지 않는 것이지만. 그러니 그냥 가정을 해본다면 자네는 코파와 히토스중 어느쪽을 선택하느냐 하는걸세."

"그야 물론 히토스 쪽이겠죠. 사고나 판단도 못하며 씹질만 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구요."

나는 화가 나서 언성도 높아졌다. 그런 나를 빤히 바라보며 그는 빙그레 웃었다.

"내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은걸. 자네는 이렇게 마주 앉아서도 속임수를 쓰는군. 역시 진화가 덜 된 인간이야."

"뭐가 속임수란 말이오? 그럼 내가 코파가 되고 싶다고 해야 정직하다는 겁니까? 내 참, 어처구니가 없네."



"자네는 지금 두뇌할동이 활발한 편이야. 뇌세포도 인간의 평균치보다 120g이 더 무겁고 ...... 하지만 자네 뇌세포의 83%는 섹스에 대한 집착과 환상에 점령당해 있구만. 더구나 그 내용은 실패로 인한 불만과 좌절감이 대부분이야. 하기야 20대 청년이 18일동안이나 발산을 못했으니 그럴만도 하지."

나는 흠칫했다. 뇌세포활동의 프로테이지야 내가 알 수 없지만 18일동안 씹을 못했다는 그의 지적은 정확했다. 아까 나를 스캔해보니 어쩌구 저쩌구 하더니만 정말 그는 내 속도 궤뚫어 보는 모양이다. 그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말했다.

"게다가 자네는 지금 발기상태잖아?"

나는 반발을 포기했다. 뇌세포까지 스캔하는데 두겹의 헝겁 속을 감출 수야 없겠지. 사실 나는 그와 인류의 미래에 대한 심각한 대화를 하면서도 벌떡거리는 좆 때문에 무척 신경이 쓰였었다. 처음 코파들의 자위나 씹장면을 보았을 때도 그랬지만, 억지로 좆을 다스려 놓아도 코파들은 마치 내가 눈을 깜박거리거나 숨을 쉬는 것처럼 자꾸 그짓을 반복하니 흘낏흘낏 눈이 자꾸 그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고 그때마다 좆은 벌떡거리는 것이다. 나는 그를 황우석교수로 잘못 본 것이나, 무식이 탄로난 것보다 더 창피한 기분이 들어 완전히 기가 죽었다.



"그러니 자네도 진화한다면 미래인간의 84% 안에 들 것 같은데 ......?"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얼굴만 붉히고 있었다.

"어때? 자네도 진화한 미래인간을 경험해보고 싶지 않나?"

"그럴 수 있습니까?"

나 자신이 놀랄만큼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내 말이 튀어나왔다.

"안될 것 없지. 하지만 옷을 입은 채로 씹을 할 수는 없지 않나?"

오늘 처음 만난 남자 앞에 좆을 까발리는 것은 분명 창피한 일이지만 에라, 모르겠다 라는 기분으로 바지를 내리자 한껏 발기한 좆이 스프링처럼 튀어 나왔다. 나는 더욱 창피해졌다. '왜소 컴플렉스' 때문이다. 내 좆은 주위 남자들보다는 큰 편이었다. 그래서 변기가 줄지어 있는데서 오줌을 눌 때나 목욕탕에서는 나도 모르게 으스대는 기분이었고, 힐끗 봐도 조그만 좆을 가리느라 쩔쩔매는 다른 녀석들을 비웃어 왔다. 그런 내 좆이 코파에 비하면 절반도 못되는 것이다.

"역시 빈약하군. 그러니 진화가 좋은 것이지. 인간보다 체중이 4배나 더 나가는 고릴라가 자지는 겨우 3cm, 인간의 4분의 1도 못된다네. 그것도 진화의 차이지. 하지만 괜찮아. 암컷 코파는 수축력이 좋으니까......"

그는 자기 밑에 있는 멜론덩어리 하나를 발로 밀어 내 앞으로 옮겼다. 그러자 조개처럼 입이 벌어지며 속살이 들어나는가 했더니 깡총 뛰면서 내 좆을 물어 버렸다. 아니, 제 보지에 삽입시킨 것이다.



"아악! ......" 하고 나도 모르게 비명인지 신음인지 모를 소리가 튀어 나왔다. 비명이라기엔 상황이 맞지 않고 신음이라기엔 내가 듣기에도 소리가 너무 컸다.

이어서 나는 황홀경에 빠져버렸다. 그것은 도대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충격적 감동이었다. 단순히 질퍽한 보지를 점령하고 그 질이 내 좆을 깨물어 주는, 그런 식의 쾌감이 아니었다. 내 좆을 받아들인 그 벌어진 멜론덩어리는 그 전체가 내 사타구니에 머물러 있건만 내 머리꼭대기부터 발끝까지를 무엇인가 나를 완전히 감싸고 부드럽게 애무하면서도 또 짜릿한 자극을 주는 것 같았다. 이런 것이 멀티 올가즘일까 생각까지 들며 난생 처음 경험하는 감동 속에 온몸을 내맡기면서 황홀감에 몸을 떨었다.

다만 그 시간이 너무나 짧았다. 5초 쯤인지 10초 쯤인지 정확하게는 가늠할 수 없지만 하여튼 나는 순식간에 사정을 해버렸다. 나는 동정을 잃던 때가 생각났다. 그때도 나는 난생 처음의 황홀경에 빠졌지만 순식간에 거기서 내농댕이쳐진 것 같은 기분을 맛보았던 것이다.

"왜 너무 짧았나?"

그는 지금의 내 심정도 훤히 알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시대 인간들은 비행기나 컴퓨터, 심지어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면서도 빨리빨리만 외치더니 씹은 오래 하고 싶어 하는구먼. 하기야 늘 마음대로 취할 수 없기에 그렇기도 하겠지만 ...... 코파들은 그런 갈등이 없다네. 늘 충족이 되니까. 빨리 쾌감을 맛보는 것이 에너지 소비도 덜하니 시간을 끌지 않지. 욕구가 다시 발동하면 주위에 얼마든지 있으니까 ...... 어때? 좀 더 길게 하고싶나?"

"그래도 됩니까?"

또 나는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물었다. 처음 코파를 경험한다는 욕구보다 좀 더 길게 경험하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했다.

"그럼 얼마쯤 ......?"

"글쎄요? ...... 한 20분쯤이면 ......?"

"그렇게나 오래 ......?" 라면서 그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나는 아무 대꾸도 않고 그의 처분을 기다렸다. 코파의 에너지 소비가 아깝다면 적당히 조절하겠지. 하지만 여보시오, 나는 마음만 먹으면 한시간도 두시간도 끌면서 여자를 껌벅 가게 하는 놈이라구요 ...... 나는 속으로 이렇게 으스대고 있었다.



"자, 이제 20분으로 프로그래밍 됐네."

그가 매만지던 코파를 내 앞에 내려 놓았을 때 나는 두손으로 자지를 가리고 있었다. 짧기는 했지만 격렬한 씹을 치룬 직후라 자지는 번데기처럼 맥없이 늘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괜찮아! 코파는 죽은 좆도 세워준다네."

내가 가렸던 손을 풀자 그 보지는 또 깡총 뛰어올라 내 좆을 물었다.

"아아! 아아악! ......"

나는 또 소리를 지르며 눈을 스르르 감은 채 황홀경으로 빠져 들었다.

"3천여년의 시공을 초월해서 이렇게 형태가 다른 인간이 얽혀 씹을 한다는 것은 나도 오늘 처음 보게 되는군. 이것도 인연인데 어때? 그 코파를 자네가 아주 갖고싶지 않은가?"

"그래도 됩니까?"

나는 너무나 기뻐 잠시 황홀한조차 잊을 지경이었다. 지금껏 어떤 여자에게도 이같은 소유욕을 느껴본 적이 없었으며 감히 바랄 수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이런 행운을 ......!

"그럼.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지. 다만 사육법에 좀 주의를 해야 하는데 ...... 자네 집에 혹 열대어 같은 것을 키우는 어항이 있나?"



"자꾸 말시키지 말아요!"

나는 악을 썼다. 그 순간 내 생각은, ...... 사실은 아무 생각이 없었지만 ...... 뒤에 생각해보니 번지점프를 하며 줄이 한 반쯤 풀어진 그 급박한 상황에 누군가 '지금 몇시에요?'라거나 '차 한잔 할까요?'라고 말을 거는 것과 비슷할 것 같았다. 정말 그런 말을 거는 놈이 미친놈이지, 내가 어떻게 대답을 할 수 있겠어.

아, 나는 정말 너무나 황홀했다. 이미 그 순식간의 경험을 했으므로 나는 이제 여유를 갖고 그 황홀함을 온몸으로 받아 들일 수 있었다. 이제 5분쯤 지났을까? 아니, 한 10분은 된 것 같기도 한데 ......? 그 황홀감 속에서도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그렇다면 이제 15분, 혹은 10분밖에 안 남았잖아 라는 것을 아쉬워하고 있었다.

"아! 하아! ...... 하아악! 으흐! ...... 하악! ......"

그러면서도 내가 지르는 비명이 내 귀에 똑똑히 들렸다. 그 소리는 내가 가장 혐오하는 것중의 하나인, 한국의 싸구려 포르노영화에서 여주인공이 씹을 하는 장면에서 내는 소리였다. 얼마나 천박한가. 외국의 포르노처럼 감미로운 백뮤직으로 커버하는 것이 훨씬 무드를 낼텐데 ...... 그런데 여자도 아닌내가 바로 그런 소리를 내면서도 멈출 수가 없었다. ...... 그 뒤는 나도 모르겠다. 나는 잠들었거나 기절을 한 모양이었다. .....사정을 언제, 어떻게 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를 흔드는 서슬에 게슴츠레한 눈을 떴을 때 그는 미소를 띤 얼굴로 나를 내려다 보며 말했다.

"자, 이제 헤어질 시간이네. 정비팀이 도착해서 수리도 다 끝났어."

"어디로 가시는거죠?"

잠이 들었든 기절을 했든 나는 정신이 들자 부끄러움으로 민망해 하며 물었다.

"통일도라는 섬이야. 그전에 토오쿄가 세계적 도시로 각광받던 부근인데 지금은 대한민국의 영토지."

"네? 무슨 말씀이신지 ...... ?"

"아, 자네는 모르겠구먼! 자네의 시대에서 한 150년 후 일본열도가 지진으로 완전히 침몰했네. 지구상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춘거지. 그런데 한 천년쯤 전에 또 해저 용암이 분출하면서 화산섬이 하나 생겼지. 이제 생물들이 제법 자리를 잡아가는데 인간도 그곳에 심어 주려고 ...... 자네 선조들은 지난날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몽골에서 한반도와 일본열도는 물론, 아메리카 대륙까지 진출했건만 진화된 인간들은 이제 그렇게 먼 여행은 독자적으로 할 수가 없거든."

황우석교수를 닮은 치치카토의 말투는 이제 훈계조가 아니라서 그런지 부드러웠다.



"아, 그렇게 됐군요!"

나는 정신을 차리고 바지를 추켜 올린 뒤 일어나서 주위를 둘러 보았다. 이미 보호막도 걷힌 모양으로 미래의 인간들도 안보이고 UFO와 얼마 떨어진 공원안에는 그와 나뿐이었다.

"자, 우리가 또 만날 인연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고마웠네."

이번에는 그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고맙다니요? 제가 신세를 졌고 많은 가르침을 받았죠."

나도 예의를 차리며 그이 손을 맞잡았다. 역시 그의 손은 여자손처럼 작고 부드러웠다.

"이런!"하며 그가 손을 갑자기 빼더니 "배설물이 묻었군!"이라고 했다.

나는 마지막까지 그의 앞에서 창피해 어쩔줄 몰라 했다. 급히 옷을 추스리면서 손에 정액이 묻은 것도 몰랐던 것이다. 그는 티슈 같은 것을 뽑아 손을 닦더니 내게도 한장을 건네 주었다. 그 행동은 어디 티슈통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허공에 손을 움직이니 마술처럼 나타난 것이다. 마치 아까 우리가 마주 앉았을 때 의자 같은 것이 나를 받쳐준 것처럼.

"자, 그럼 나는 떠나네."

그가 걸음을 옮기며 손을 흔들자 나도 손을 닦던 동작을 멈추고 손을 흔들었다.



"아, 저, 치치 ......"

그때 나는 불쑥 생각이 나서 그를 불렀으나 미처 말도 끝맺지 못했다. 그는 이미 영화에서 귀신이 사라지듯 그대로 반투명의 UFO에 빨려 들어가 버리더니 UFO 마저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다.

아, 아까 그는 암컷 코파 하나를 내게 준다고 했었는데 ...... 발을 동동 굴렀지만 더 이상 아무 방법이 없었다.

낭패감 속에서 주머니를 뒤지니 담매가 없었고 비로서 내가 담배를 사러 깊은 밤에 집을 나왔다는 것을 생각해 냈다.

나는 24시간 편의점에서 담배를 사서 피워문 채 집으로 향했고 아직 그 담배를 든 채 집에 도착했다. 올 때도 역시 우리 단지 철책을 넘는 샛길로 왔기에 빨리 도착한 것이다. 내방에 들어서며 나는 무심코 시계를 보았다. 시계의 작은 바늘은 2와 3의 중간쯤에, 긴바늘은 4에 딱 머물러 있었다.

2시 20분! 내가 집을 나설 때는 분명히 2시 11분이었고 그동안 겨우 9분이 지난 것이다. 그것은 샛길로 편의점을 왕복하는 시간이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그 모든 것은 환각인가, 상상인가, 정말 한 여름밤의 꿈이었나? ...... 나는 통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런데 내 손에는 여전히 정액을 닦은 티슈가 들려 있었다. 나는 한동안 그것을 이잡듯 꼼꼼히 살펴봤다.

그러나 어디에도 '메이드 인 에덴'아라는 표시는 물론, 평소 써왔던 티슈와 다른 점은 발견할 수 없었다.

여전히 나는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끝>





후기 : 나는 원래 좀 무식하고 허둥대기까지 한데다 그저 씹을 한번 더 해보고 싶다는 순간적인 욕구 때문에 이같은 특별한 경험을 하고서도 마무리를 제대로 못한 것이 자꾸 후회가 됩니다. 혹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실 기회가 있다면 내가 미처 알아내지 못한 사항에 대해서도 좀 알아주시고 나에게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슴니다.



1. 에덴은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찾아갈 수 있는 방법은 ......?



2. 에덴에서는 누가 주신(主神), 혹은 최고 권력자, 아니면 CEO 같은 형태라도 누가 제일 높은 분인가? 또 구성원, 혹은 요원들은 어떤 식으로 조직되고 운영되는가?



3. 코파와 히토스는 어떻게 번식하고 무슨 음식을 섭취하는가?



4. 코파와 히토스는 지구상에 얼마나 흩어져 있고 평균수명은 얼마나 되는가?



5. 암컷 코파를 한마리, 아니 한명을 분양이나 선물을 받을 수 있을까? (가능하다면 사육매뉴얼도 있는가를 확인하시어 필히 동봉 바람.)



그리고 혹 귀하가 만난 미래에서 온 남자, 혹은 에덴 요원으로서 얼굴은 황우석교수를 꼭 닮았으나 체격이 작고 손이 부드러우며 치치카토라는 이름을 쓴다면 2005년 7월 서울의 한 여름밤에 만났던 내가 안부를 여쭙더라는 말씀도 꼭 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헛끌베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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